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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란? 백색테러?

전경들이 든든히 뒤에 도열해 있고 그 앞에서 몸 풀고 있는 깍두기 머리의 훌러덩 윗통 벗었거나 런닝만 입은 용역 깡패들과 야밤에 대면했을 때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기에 아주머니들이 말씀해주셨듯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약간 눈이 풀어져 있는 그런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날 밤의 공포는 공권력과 대치할 때의 그런 두려움과는 사뭇 다른 무엇이었다. 솔직히 정말 훨씬 더 무서웠다.

처와 술 한 잔하러 홍대 나갔다가 심상정 선생을 먼 발치에서 봤다. ‘고맙습니다’ 인사라도 전할까 하다가 이미 불콰해진 얼굴이 심선생의 하얀 블라우스에 더 도드라져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나름 바쁘고 힘들 때 지인들과 편히 한 잔 하러 왔을텐데 방해하고 싶지 않기도 해서 그냥 조용히 처와 나누던 술 잔 계속 주거니 받거니.

아침에 깨서 출근 전 뉴스를 보는데 어제 봤던 그 하얀 블라우스 그대로인 심선생이 TV 에 나온다. 특수임무수행자회(HID)의 몇 명이 당사에 난입한 사건 때문에 주점에서 아마 곧장 현장으로 달려왔던가 보다.
인터뷰에서 “‘심상정 의원, 앞으로 조심해’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싶어서 소름이 쫙 끼친다” 라고 하는데 문득 예전 철거 지역에서 느꼈던 그 두려움이 떠올랐다.

철거 깡패들과 숭고한 조국애로 무장하신 HID 가 어찌 비교되오리까마는 공권력이 방관, 묵인 혹은 후원하는 민간(?)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(조선은 그냥 ‘소란’이라고 하긴 하더만)이란 점에서 둘의 폭력은 별로 다르지 않다.
어느 정도 폭력의 성격을 내 스스로 규정하고서 이런 말 하는게 헛소리이긴 하지만 검/경의 공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지 지켜보겠다.
여전히 무서운 시대를 살고 있음을 느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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